경제위기로 기업체의 구인인원이 반년 만에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지난 10월1일∼11월15일 상용근로자 5인 이상의 표본 사업체 1만9,491개를 대상으로 ‘하반기 인력수요동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 기업들의 올 3ㆍ4분기 총구인인원은 1ㆍ4분기(62만5,000명)보다 29.2% 감소한 4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기업의 감소폭이 30.9%로, 300인 이상 기업(19.1%)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나 소규모 사업장의 고용악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업체 구인인원이 줄어든 가운데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모집만 해놓고 실제로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인원도 3ㆍ4분기 현재 9만3,000명에 이르렀다. 이 중 91.8%인 8만6,000명이 30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이고 규모가 작을수록 미충원률이 높게 나타나 중소기업의 극심한 인력난을 반영했다. 미충원 사유도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는 ‘취업지원자 없음(33.9%)’이 가장 높았다. 이는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 중소기업이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못 뽑았다는 얘기다. 300인 이상은 ‘직무능력을 갖춘 지원자 없음(43.5%)’로 나타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을 반영했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들의 10월 기준 부족인원은 17만2,000명으로 4월(22만6,000명)보다 23.9% 감소했다. 부족인원이란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현재보다 더 필요한 인력 수를 가리키는 말로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기업 생산활동이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총채용계획인원(올 10월∼내년 6월)은 17만9,000명으로 4월 조사(올해 4월∼12월) 당시의 22만9,000명보다 22.0%나 줄어들어 내년 고용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재갑 노동부 고용정책관은 “고용상황 악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신규 일자리 확대와 재직 중인 근로자의 고용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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