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루블화 약세가 구조적이어서 흐름을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우선 천연가스와 함께 러시아의 달러박스인 원유 수출이 국제 유가 폭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서 비롯된 미국·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도 강화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의회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법안을 승인하는 등 미국의 러시아 흔들기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항복할 때까지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죽하면 러시아 중앙은행이 올해 순자본유출 전망치를 기존 1,280억달러에서 1,34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을까.
러시아가 1998년에 이어 제2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면 우리 경제와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올해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은 지난해(111억달러)보다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유럽 경기침체로 이어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를 포함한 대(對)유럽 수출이 2.9%포인트, 한국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5%포인트 안팎 하향 조정되는 마당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들의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외환·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기술경쟁력을 높여 대외환경 변화의 충격을 줄이고 규제개혁을 통해 내수를 키워가는 노력도 절실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