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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김우중 돈은 어디에

존경하는 한 스님이 긴한 의논을 청한 일이 있었다. 여러 해 전의 일이다. “무슨 일이신지요?” “큰스님께서 광고 모델을 하셔야 할지도 몰라 거사님께 의논을 드리려고요.” 깜짝 놀랐다. 고고하신 스님께서 광고 모델이라니…. 필자 같은 범속인도 고민 끝에 모델을 했는데 말이다. 사연인즉 대우가 망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신용이 떨어지고 자금 차입이 어려워진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계속 접하신 큰스님께서 김우중 회장의 보시를 받은 적이 있어 보답의 방법으로 ‘여러분 대우를 믿어주십시오’ 하는 광고 출연을 생각하셨다는 것이다. 감동적이었다. 보시를 받으시고 그런 돈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괴로워하시는 큰스님의 맑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파키스탄에 다녀왔다. 넓은 땅과 다양한 자원을 가진, 아직은 가난한 나라. 그러나 희망이 보이는 나라다.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네댓 시간을 달려도 산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원을 가진 나라인데 우리가 달렸던 그 하이웨이가 바로 대우건설이 닦은 길이어서 새삼스러웠다. 필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김우중 회장이 직접 삽질을 해서 만든 길은 아니지만 ‘세계 경영’을 외치며 뻗어나가던 대한민국의 그룹이 어떤 이유로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세간에 알려진 이유는 분식회계였지만 그 분식회계는 왜 했을까. 투자했던 기업마다 망해버려서 그랬을까.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그런 기업의 생리에 충실한 기업인은 그렇게 쉽게 기업을 망가뜨리지 않는다고 본다. 선진국은 물론 동구권과 열사의 나라에까지 뻗어나가던 대한민국 기업들. 그들이 모든 경영을 잘못하고 분식회계를 해서 망했거나 어려움을 겪었을까. 김우중 회장은 지난해 말 분식회계 사기대출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징역 8년6월과 추징금 17조9,000억원을 선고받고 지금은 감옥에 있다. 그가 모두 빼돌려 흥청망청 쓰고 큰스님께 보시한 돈이 18조원쯤 될까. 김우중 회장의 돈을 받은 분들은 모두 어디에서 웃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가. 큰스님, 얼마간 받은 보시로 괴로워하시는 큰스님. 이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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