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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21일] 주공 직할시공제 추진 유감
입력2008-11-20 16:21:11
수정
2008.11.20 16:21:11
정부는 최근 향후 10년간 서민용 주택 150만가구 건설을 위해 ‘보금자리주택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15% 이상 분양가를 인하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쌍수 들어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분양가를 인하하는 방안으로 건설회사를 참여시키지 않고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로 하여금 직접 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정법률안에서는 주공의 직접 시공을 저해하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 면허 취득이나 분할계약 허용 등 건설 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주공의 보유 인력 가운데 현장관리나 공정 및 비용관리ㆍ안전ㆍ환경ㆍ품질관리에 경험이나 자격이 있는 인력은 극소수이다. 따라서 현장관리의 상당 부분을 영세한 건설산업관리(CM)회사에 위탁하거나 임시직 현장 기술자에게 위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하자보수 인력을 포함한 수많은 기술인력을 주공에서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공기업의 효율화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무엇보다도 수십 년간 아파트를 시공해온 종합건설회사를 배제한 채 무려 150만호나 되는 아파트를 단순히 경비 절감을 목적으로(비용 절감도 되지 않지만) 직접 시공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이런 물량은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량의 30%를 넘는 규모이다. 더구나 최근 아파트는 초고층이 일반화되고 있어 구조계산이나 공사 중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안식처가 될 보금자리주택의 대규모 부실 시공이 우려되며 민원과 하자 증대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오히려 분양원가 상승 우려
주공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을 직접 시공하는 이유로 시공비 절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주공에서는 공사비를 거의 시공 원가에 근접해 건설사에 도급해왔으며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고 있어 건설사 대부분이 적자 시공을 감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고려할 때 ‘시공비를 15% 더 절약’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종합건설업체를 제외할 경우 CM회사를 활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공사원가의 5%에 달한다. 또 직접 시공을 위해 토공사나 철근콘크리트공사업 등과 같이 전문 공종별로 분리 발주하게 되면 도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설비공사나 폐기물 처리용역의 분리 발주 등을 통해서 이미 검증됐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경험한 사례이다. 또한 입찰건수가 증가하면서 일반관리비나 발주자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증가하게 되고 민원이나 하자처리비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즉 분양원가가 오히려 현재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분양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 비용이나 자재 비용을 절약하거나 공업화 주택 등을 통해 분양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단순히 시공비만 절감하려는 의도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거대 공룡화는 시대착오
흔히 주공은 공공기관으로서 저가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일반건설업체보다 원가경쟁력이 낮은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주공이 포함된 3단계의 생산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생산단계를 줄여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원가를 낮추려면 주공-종합건설업체-전문건설업체로 형성된 생산체계에서 주공이 빠지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이다. 즉 주공의 기능을 민간에 이양해 건설업체에서 계획ㆍ설계ㆍ시공을 해서 보금자리주택을 보급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큰 폭의 분양원가 절감이 가능할 수 있다.
사실 주공이 직접 시공을 하겠다는 발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공 내부의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주공은 최근 한국토지공사와 합병을 시도하면서 상당한 잉여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보금자리주택의 직접 시공이라는 편법을 통해 이러한 잉여인력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고 나아가 기획ㆍ설계ㆍ시공ㆍ하자보수 및 유지관리까지 관여함으로써 ‘거대 공룡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전세계 어느 국가를 보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시공하고 유지관리까지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은 정부’의 실현과 공공기능의 민간 이양이라는 시대 흐름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주공은 건설회사 영역에 침범하려는 초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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