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달 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결정은 동북아 외교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취하면서 한중 관계를 내실화하는 한편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협력과 공조를 모색하는 의미도 지닌다.
이번 결정으로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국정 후반부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게 됐다. 박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에 나서 대북 공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양국 간 경협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역내 외교전을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면서 한국을 고립하려는 시도를 불식시키면서 '한국 외교 소외론'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등 북한의 잇단 도발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협력과 공조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以中制北·이중제북)한다는 방침인 셈이다.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확보하고 동북아 화해와 협력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체결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양국 간 인문교류 확대에 이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한중 관계를 내실화하는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전격 제안했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시 주석으로부터 연내에 개최하자는 긍정적 답변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있는 만큼 경색된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20일 한국이 올 10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안에 대해 중국과 일본의 의향을 타진했으며 한국 정부가 다음달 19~20일 서울 '한일 축제한마당' 행사에 맞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을 일본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외무상의 방한 추진은 한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며 일본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행사와 병행되는 열병식(군사 퍼레이드)까지 참석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미국에 대한 배려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열병식에만 빠지는 것은 더 이상하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과의 동맹 유지를 위해 열병식 참석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중 대사를 지낸 신정승 동서대 중국연구센터소장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결정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 발전하면서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나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중국이나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며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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