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본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며 글로벌 금융감독체제의 강화를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황이 G8 정상 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자신의 세 번째 회칙 ‘진리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에서 “금융위기로 촉발된 자본주의의 오류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진실된 리더쉽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회칙에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윤리를 중시하며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덕적인 경제 질서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우위에 두는 새로운 국제 금융감독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지난 수십년간 이뤄진 경제의 세계화가 전세계 수십억 인구를 불행으로부터 건져낸 건 사실이지만 최근 방만한 성장 추구로 유례없는 문제들을 야기했다”면서 “이제 세계 시장에 대한 불신, 환경오염, 기아와 대규모 이주 사태 등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아문제가 세계의 평화 및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빈국들에 대한 개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유엔(UN)의 개혁과 세계 경제 및 금융 기관들이 국제 정책과 관련해 빈국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빈국들도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에게 에너지 소비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교황의 이번 세 번째 회칙은 2년여에 걸쳐 완성됐으며 글로벌 금융 위기의 악영향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기 위해 그 동안 수차례 발간이 연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G8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회칙은 바티간이 각국 정상들에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미래,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