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5년이 됐다. 아직도 유럽이 위기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미국 경제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런 위기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의 상황도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던 미국과 유럽이 장기간 저성장과 재정위기로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국ㆍ브라질ㆍ멕시코ㆍ인도ㆍ나이지리아 같은 개발도상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느낌이다.
혁신에 우호적인 신흥국 미래 밝아
선진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중산층이 몰락해간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신흥국들은 경제 발전 결과 중산층이 늘고 있다. 선진국들이 점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것과 달리 신흥국들은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젊은이들이 많은 나라는 사회의 역동성이 크고 변화에 잘 적응한다. 새로운 문화가 발생하고 이를 접목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산층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산층이 일으키는 문화적 변화는 전 세계의 철학을 조금씩 바꿔나갈 것이다. 과거 미국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미국식 자본주의와 시장의 우월함을 전 세계에 주입한 것처럼 이제 새로운 사상과 철학의 파도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경시한다면 우리는 뒤처진 세계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미래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면 우리도 새로운 사고방식과 철학, 그리고 미래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연구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 기술의 도입으로 사회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다. 지난해 중동의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인도의 대규모 부정부패에 대한 시위, 그리고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 나타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사회가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기후 변화나 교육 문제, 그리고 분산된 경제와 사회를 위한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도 아프리카ㆍ남미의 약진이 눈에 띈다. 케냐에서는 9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지불 시스템인 M-PESA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적은 비용으로 현대적이면서도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필리핀에서도 이동통신을 이용한 GCASH라는 새로운 전국적 분산 금융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 혁신이 쉽게 받아들여지면 국가 경쟁력도 점점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에서 인기를 끄는 지역사회 기반의 다양한 분산 인프라가 정착한다면 점차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익을 공유하고 사회의 공공 인프라인 교육ㆍ의료 시스템 혁신을 가져오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사회적 안정성도 갖춰가는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다.
상생 비즈니스 모델 뒷받침 돼야
이들의 혁신적 시도는 서유럽ㆍ미국ㆍ한국ㆍ일본 등 이미 잘 짜인 기득권 구조를 가진 산업 체계에서는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해집단이 권한 이양을 거부하며 반발하기 때문이다. 산업 시대에 구축된 다양한 양극화 구조 해소에 실패한다면 사회의 불안정성도 높아진다.
변화의 바람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것은 소모적인 산업사회 철학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기본적인 합의 구조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서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면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변할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미래를 위한 모두의 공통된 노력을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일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