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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며느리도 모르는' 미술 시장

“미술시장이 고작 1,500억원밖에 안되겠어요. 한 5,000억원은 되지 않을까요.” 최근 14대 화랑협회장으로 선출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사석에서 문화관광부에서 추정하고 있는 미술시장 규모가 너무 적은 수치라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문화부가 추정하고 있는 올해 미술시장의 규모는 이렇다. 이른바 공공미술로 불리는 건축미술품장식제도를 통한 거래가 700억원, 경매시장에서 낙찰되는 규모가 400억원, 그리고 화랑을 통한 거래액이 4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부의 시장 규모 추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공미술과 경매를 통한 시장 규모는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화랑의 시장 규모는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미술품의 거래는 화랑이 신고하는 세금으로 그 규모를 파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지난 80년부터 90년대 부동산경기 호조에 힘입어 미술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자 정부는 91년에 미술품 구입에 대한 양도소득세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경기 하락에 따른 미술품 가격 급락과 외환위기 등이 미술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악재로 작용해 12년간 유예됐던 법은 2004년에 영구 폐지됐다. 미술은 작가의 영혼을 담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상품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미술도 산업이다. 정부 차원에서 시장 규모는 한 산업의 육성과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기본 데이터가 될 것이며 구매자에게는 상품에 대한 적정한 가격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다. 우리나라 화랑협회에 등록된 화랑만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들의 거래 규모는 밝혀진 바가 없다. 미술 작품은 세금 추징의 대상이 아닐 뿐더러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져 그 규모가 거래 당사자들만 아는 비밀이기 때문. 하지만 이제 대형 화랑은 국내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현재 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중국의 미술시장 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데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라면 최소 1조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설립된 지 30년이 지난 화랑협회는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하소연만 되풀이하며 정부에 지원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장 개혁을 위한 작업에 먼저 나서는 것이 수순이다. 그렇지 않으면 2004년 사라진 양도소득세에 대한 여론이 언제 다시 등장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14대 화랑협회장단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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