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6'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지난 1월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2015년형 엑센트 디젤의 경우 판매가격이 1,675만원~1,927만원으로 2014년형 모델(1,388만원~1,824만원)에 비해 100만원 이상 올랐다. 새로 나온 'i40'도 기존 모델에 비해 10만원이 인상됐다. 하지만 현대차가 기본 사양을 낮춰 가격을 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80만원가량 뛰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기준에 맞춘 신차를 출시하며 속속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가지 규제를 모두 맞춰야 하는 디젤 차량을 기준으로 새로 출시할 차량은 기존 모델에 비해 약 100만원~200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버스나 트럭도 예외는 아니다. ↑1,000만원 안팎 수준에서 값이 올랐다. 현대차의 중형버스 '에어로타운'은 8,864만원에서 1억114만원으로 1,250만원 상향조정됐다. 트럭도 차종별로 1,000만원 이상 값이 뛰었다. 덤프트럭은 기존 1억3,079만원짜리 15톤 모델이 1억4,269만원으로 1,190만원 인상됐고 25.5톤 모델은 1,630만원 올랐다. 수입 트럭도 마찬가지인데 볼보트럭은 5%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수입트럭도 10~15%가량 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강화된 기준에 맞춰 배출가스를 낮추기 위해 추가로 저감장치를 달아야 하는 탓이다. 엔진성능 개선에 따른 개발비도 포함된다. 촉매제 보강도 필요하다. 모두 추가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km당 97g으로 대폭 강화하는 환경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를 맞추려면 대대적인 연구개발(R&D)이 필수다. 현대기아차만 해도 2020년까지 평균연비를 25% 높이기로 했는데 엔진 신규개발과 차량 경량화, 친환경차 투입 등이 예정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R&D에 31조6,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그만큼 비용이 커진다는 얘기고 이중 적지 않은 부분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내 판매량이 적은 수입차들은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맞추려면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수준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탓에 한국 기준에 맞는 차를 별도로 소량 제작해야 하는 탓이다. 이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환경규제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가 분석이 쉽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이 실제로 개발비의 얼마를 부담하는지 알기 어렵다"며 "환경규제에 대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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