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손님 없는 만물상

이곳에서는 돼지고기의 가격 흥정이 이뤄지고 금도 사고판다. 얼마 전에는 휘발유와 경유도 상품 목록에 올렸다. 시장이라면 왁자지껄 떠들썩해야 제 맛이지만 이들 상품이 거래되는 이곳은 정작 찾는 사람이 적어 잠잠하다. 한국거래소가 바로 그곳이다.

거래소가 지난달 야심차게 문을 연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은 하루 평균 2만리터짜리 유조차 3대 정도가 오갈 정도의 거래량에 그치고 있다.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은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며 추진해 설립했다. 대형 정유사들의 과점 구도인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매매 방식 도입으로 기름값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자인 주유소와 대리점, 공급자인 정유업체와 석유수입업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부터 거래가 시작된 돈육선물도 사실상 시장의 기능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지난 2월 중순 이후로는 단 한 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래소에서는 돈육선물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선물계좌를 개설할 때 선물회사 등에 맡겨야 하는 기본예탁금을 대폭 인하하고 증거금 비율도 낮추는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기는 역부족이다.

상품은 다르지만 업계의 얘기는 마치 짠 것처럼 같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장을 가격 안정화나 유통 구조 투명화라는 등의 명분만 가져다 붙여서는 이해관계가 분명한 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석유전자상거래시장과 돈육선물시장의 현실은 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금 현물시장이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예고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장을 통한 기대효과에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때론 정부의 기대와 달리 상품 가격이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그걸 억지로 막으려 하기 보단 시장 자체의 순기능을 신뢰하고 최대한 참여자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쪽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때론 수단이 목적에 우선할 때가 있다. 거래소가 손님 없는 만물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든 손님 끌어오기부터 생각하는 게 답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