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딱하다. 정부의 입법안이 나온 뒤 1년7개월 동안 늑장을 부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서야 '국격'이나 '나라 망신'을 내세워 야당을 몰아붙이는 게 안쓰럽기까지 하다. 정부·여당의 이런 공세가 '적반하장'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적지 않은 공감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여당보다 딱한 곳은 야당이다. 개정안 비준에 협력할 경우 최대 수혜자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지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지하듯이 이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별로 없다. 치열한 공방을 벌인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도 쟁점이 됐고 여당이 아쉬운 처지라면 야당으로서는 횡재한 셈이다. 길 가다 주은 지갑을 협상의 무기로 삼는다면 도둑과 다름없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아무런 조건 없이 정부·여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신당의 대국민 이미지도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현실적인 언론 판도에 비춰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비난의 화살은 야당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야당이 순순히 협조할 때 가장 황당할 곳은 여당일지도 모른다. 역으로 이는 여당 입장에서는 가급적 빨리 야당에 일부를 내주고 관련법을 비준하는 게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뻔뻔한 무능력자와 심보마저 고약한 바보의 치킨게임. 이게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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