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경제는 경기 불황에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소비 부진 상황을 맞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최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현행 월 2회에서 월 3~4회 휴무, 현행 평일 자정까지에서 평일 9시까지로 더 강하게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놓아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면서 재래상권이 살아나고 있다고 보고 규제 강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대형마트 영업 제한이 재래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됐을까.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의무휴업이 실시된 지난달 27일 전국 934곳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문을 닫았고 전통시장 매출액은 그 전 주에 비해 약 17% 증가했다. 표면상으론 대형마트 휴업이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이날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액은 50~60% 수준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일부 고객들만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는 뜻이다. 나머지 33~43% 중 절반가량은 지역 중견마트로 옮겨가고 나머지 절반은 증발(?)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얼어붙은 재래상권 경기를 조금은 녹일 수 있겠지만 그 부작용으로 소비 경기가 위축되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이미 국내 유통 시장의 큰 축을 차지하고 대다수 국민이 대형마트 생활권에 살고 있는 지금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의 적이라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데 반대할 이들은 없다. 하지만 재래시장과 대형 유통업체는 한쪽이 죽어야 다른 한쪽이 사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다. 둘이 함께 상생 협력해야 소비도 살리고 경제도 산다. 정부와 국회,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보다 현실적이고도 전략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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