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이나 매립으로 한반도의 서해안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서해안 자연경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90년 동안 서해안의 길이가 40% 짧아졌다고 28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한강 하구에서 전남 땅끝마을까지의 해안선 길이는 2000년에 약 2,100㎞로 1910년대의 3,500㎞에 비해 무려 40%(1,400㎞)나 짧아졌다. 특히 간척이나 매립 등으로 해안선의 직선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서해안 굴곡도는 1910년대 8.16의 절반 수준인 4.47로 떨어졌다. 굴곡도는 해안선의 드나듦 정도를 수치로 환산한 것으로 값이 클수록 해안선이 복잡하다 의미다. 동해안의 현재 굴곡도는 0.97로 1910년대와 거의 비슷하다. 이번 조사는 1910년대 발간된 지도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발간된 여러 지도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해안 지역은 조석작용이 탁월해 간석지ㆍ염습지ㆍ포켓비치 등의 경관이 잘 형성됐고 해안사구와 하구역이 넓게 발달했으나 간척이나 도로건설 등 지속적인 해안개발로 해안선의 길이가 줄어들고 자연경관의 질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환경과학원은 지적했다. 또 해안선에서 10㎞ 이내의 토지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작지와 주거지ㆍ산업단지 등이 50% 이상을 차지한 반면 산림과 초지의 비율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강화도 남단이나 한강하구처럼 간석지나 염습지로 이뤄진 경관은 생산성이 높은 습지이자 해안보호에 중요한 생태계로 우선 보전돼야 한다"며 "서해안의 주요 경관을 보전하려면 유형별 보전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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