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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오는 2015년부터 전기자동차를 사는 일반 국민에게 대당 최고 1,000만원가량의 '저탄소차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재원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 구입자에게 거둘 대당 수십~수백만원의 '고탄소차 부담금'에서 충당한다.
새 제도의 도입은 시대적 타당성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고 전기차ㆍ하이브리드차ㆍ경차 등의 보급확산을 앞당길 수 있다. 시행시기를 몇 차례 연장해왔기에 미루기도 힘든 형편이거니와 차량 경량화와 청정기술 개발을 자극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효과보다 부작용이 너무 크다. 부담을 안게 될 국내 완성차 업계와 중대형차 구매자들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수요공급의 시장원리가 왜곡될 수 있다. 당장 2015년 중대형차 판매 거래절벽이 우려된다. 부담금을 피하려 소비가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조금을 받으려 경차 등은 구입시기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ㆍ일본 메이커들의 연비와 전기차 기술이 국내 메이커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수입 전기차와 경차를 선택하면 그 보조금은 국산차 구매자들이 물게 된다. 수입차 사는 보조금을 국산차 구매자가 내는 게 말이 되나. 그렇다고 수입제한 같은 차별조치는 무역보복을 야기할 뿐이다.
완성차 업계의 이중규제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ㆍ연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프랑스만 시행하고 있는 저탄소협력금제도까지 도입하면 규제대응 비용이 늘어나고 경영 리스크도 커진다. 자칫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방법은 보다 유연한 접근방법을 택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 부처끼리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신중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새 제도의 연착륙과 업계ㆍ소비자 부담 간에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환경부의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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