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때 전세 보증금 올려줘본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그런 제도는 안 만들었을 겁니다."
이른바 '렌트푸어'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대책이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 큰 공을 들여 최근 출시된 '목돈안드는 전세' 제도에 대해 일선 은행 창구 직원이 내놓은 반응이다. 이는 정부가 제도 도입 방침을 밝힌 직후 나온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목돈 안드는 전세'가 출시된 후 실적은 내놓기조차 민망하다. 지난달 23일 첫 출시된 '목돈안드는전세Ⅱ' 상품은 20여일이 지났지만 가입자는 고작 38명에 불과하다. 보증기관의 보증으로 세입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대신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양도하는 이 상품이 이처럼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처음부터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 세입자를 골라 입주시킬 수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굳이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복잡한'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었다.
심지어 조만간 출시될 '목돈안드는전세Ⅰ'은 아예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라는 것이니 굳이 결과를 지켜볼 필요조차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각 제도' 역시 2개월간 신청자가 고작 11명에 불과하다. 가장 신청자가 많은 국민은행도 4명에 불과하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아직 실적이 전무한 상태라고 한다. 하우스 푸어들이 원하는 것은 하루빨리 제값에 집을 처분하는 것이지 상환 부담을 조금 줄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렌트푸어ㆍ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의 '내용'보다 '포장'에 신경 쓴 책상머리 대책이기 때문이다.
렌트푸어·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규제를 줄이고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다. 전월세에 묶여 있는 수요를 매매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거래 진작으로 집 처분을 쉽게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대책은 '머리'가 아닌 '귀와 발'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본을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