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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사청문회 검증이 무뎌진 까닭은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며칠 전, 청문회를 맡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문회 준비에 맥이 빠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8ㆍ8 개각에서 낙마한 신재민 후보자가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으로 얼룩졌던데 비하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그보다는 낫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장관에 내정되기 직전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동료 의원이라는 점에서도 검증이 쉽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 과정에서 보여준 '헛발질' 도 민주당의 검증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이 의원 사례처럼 역공을 당할까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걸 막 제기하기 힘들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전 사퇴하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각이 있을 때마다 한 명씩 낙마하는 기록은 이어졌다. 문제는 이후 민주당 등 야당의 검증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데 있다. 당 내부에서는 예상과 다른 후보자가 지명된 점을 말하기도 하고, 정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남아 있었다면 그 열기가 다른 후보자들에게 파급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문회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의원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장관으로 임명될 사람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과 얼굴 붉히며 사이가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역구에 해당 상임위와 관련된 사업 예산이 배정되려면 장관 등 소관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데 사퇴를 못 시킬 바에야 굳이 청문회에서 격렬히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면 왜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를 검증하냐는 반문에 대해 의원들은 무슨 답을 내놓을까. 이렇게 되면 8ㆍ8 개각에서 낙마했던 신재민ㆍ이재훈 후보자만 불쌍해졌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이들이 받았던 의혹과 지금 최중경ㆍ정병국 후보자가 받는 의혹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식경제위원회 관계자는 "이재훈 후보자는 손해를 본 부동산투기를 한 것 때문에 사퇴했는데 최 후보자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겨도 살아남을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모습만 봐서는 상황 따라서 검증의 잣대가 달라졌네, 청문회를 봐줬네 하는 소리를 민주당이 듣고 싶지 않아도 이젠 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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