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시작됐다. 5월 달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상황을 마주하니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지난 100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6대 대도시(서울·인천·대구·부산·강릉·목포)의 평균기온이 무려 1.8도 상승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난 130여년간 0.85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무척 큰 편이다. 겨울이 따뜻해지고 여름이 뜨거워지는 평균기후의 변화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온난화의 영향은 폭염과 열대야의 증가일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렇게 극단적인 더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은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5월로 기록됐으며 평균 0~0.2일 수준이던 5월 폭염 일수가 2014년에는 1.3일로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25일 대구와 경상도를 시작으로 폭염주의보가 이어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의 증가 추세도 걱정스럽다. 전국적으로 평년 열대야 일수는 평균 5.3일 수준인데 최근 5년 평균 열대야 일수는 9.7일에 육박한다. 남부지방 해안가 주변과 대도시 등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지역에서 특히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나 대다수 국민이 연중 열흘 가까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더위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밤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급격한 체력저하로 고령자나 영유아와 같이 체력이 약한 취약계층은 온열질환을 앓을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기상재해가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아닌 폭염이었다. 유럽은 2003년 발생한 폭염으로 3만5,000여명의 사망자와 130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고 2010년 러시아에서는 최근 1,000년 이래 최악의 폭염과 산불로 5만6,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 7월에 무려 32일간 이어진 폭염으로 3,000명이 넘게 사망했다.
기상청에서는 이러한 폭염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6~9월로 한정해 운영하던 '폭염특보'를 올해부터 언제든 기준 이상의 폭염이 발생하면 발표할 수 있도록 운영 기간을 확대했다. 또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 관련 공무원뿐 아니라 전국에서 활동하는 민간 취약계층관리자(쪽방촌 자원봉사자, 독거노인생활관리사)에게도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즉시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폭염특보 문자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호우나 태풍·대설로 인한 피해는 국가 차원의 기반시설 정비나 안전기준 강화를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폭염은 이러한 형태의 사전 대비가 어렵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시로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한창 뜨거운 시간에는 야외 활동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 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개인 노력이 필요하다. 폭염을 집중호우나 태풍 못지않은 여름철 위험기상현상으로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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