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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2기신도시의 대명사인 분당∙판교의 후광 효과를 노렸던 성남 구도심 아파트가 잇따른 흥행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지는 뛰어나지만 대부분 아파트가 재개발∙재건축 단지로 일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탓으로 분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에서 분양한 '중앙동 힐스테이트 1차' 아파트는 172가구 모집에 4명이 청약,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삼남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지하철 8호선 신흥역이 가깝고 학군도 좋은 편이었지만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공급된 '성남 단대 푸르지오'와 '성남 중동 롯데캐슬'도 비슷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원구 단대구역과 중동3구역을 재개발한 이들 단지는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200~300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성남 구도심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당초 분당∙판교∙위례신도시의 후광 효과가 기대됐던 곳이다. 위로는 위례신도시가 만나는 데다 아래로는 분당∙판교와 연결되는 대규모 신도시 연결 축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 아파트 대부분이 대형 건설사의 메이저 브랜드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고분양가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대 푸르지오와 중동 롯데캐슬의 경우 3.3㎡당 1,300만원대에 분양됐다. 중앙동 힐스테이트 1차는 이보다 낮은 3.3㎡당 1,200만원대에 공급됐지만 이 역시 1,000만원 안팎인 인근 아파트 시세 보다는 높은 가격이다. 새 아파트이고 메이저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는 것이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판단이다. 같은 행정구역이지만 분당구에 비해 편의시설이나 주거 여건이 열악한 것도 낮은 분양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지역 K공인의 한 관계자는 "분당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수요자들이 청약을 꺼리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 구도심에서는 앞으로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공급이 잇따를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르면 오는 9월 중 중동 삼창아파트를 재건축한 '중앙동 힐스테이트 2차'를 분양한다. 총 748가구 중 일반 분양 물량은 311가구다. 지하철 8호선 수진역과 신흥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다.
단대동 동보주택을 재건축한 '단대 코오롱 하늘채'도 다음달 공급된다. 총 186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당초 일반 분양분이 54가구였지만 분양 신청 조합원 중 27명이 현금 청산을 선택하면서 일반 분양분이 81가구로 늘었다.
이 지역 H공인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추가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가격에 대해 수요자들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고분양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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