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2004년을 보내며

김희중 국제부장 jjkim@sed.co.kr

[데스크 칼럼] 2004년을 보내며 김희중 국제부장 jjkim@sed.co.kr 세월이 유수라더니 새해 인사를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무슨 희망찬 일들이 없었나 곰곰 되돌아보지만 흐뭇한 일보다는 짜증나고 두려운 일들이 더 많았던 한 해였다. 짜증은 정치에서, 두려움은 경제에서 오는 것 같다. "다음 국회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던 국회의원들은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체면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 갈수록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봄에는 대통령탄핵으로 한바탕 소란을 피우더니 가을에는 행정수도이전을 놓고 반쪽짜리 나라를 또 둘로 갈라놓았다. 저런 꼴을 보려고 선거하고 세금을 내나 생각하니 짜증스럽다. 경제는 정치보다 더 걱정이다. 살얼음판처럼 언제 깨져 빠져죽을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올해 5% 성장을 자신하던 정부도 '이제는 자신 없다'고 한다. 기업들은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숨이다. 서민들의 생활은 엄동설한이다.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찬바람부는 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살림살이가 궁해지다 보니 사회의 온정은 갈수록 꺼져간다. 백성들의 얼굴에는 근심걱정이 가득하다. 10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일본 직장인들은 올해 사상최대의 보너스를 받는다고 하고 중국은 뜨거운 경기를 식혀야 한다며 부산을 떨고 있는데 유달리 한국만 세계경기의 호기를 살리지 못했다. 말로는 경제를 살리겠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은 '개혁노이로제'에 걸려 기업과 백성들의 하소연은 뒷전으로 밀쳐놓은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열명 중 일곱명이 '열심히 일해도 잘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는 한 경제단체의 설문조사는 암담한 한국의 미래를 예고한다. 내가 힘들면 자식들이라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바늘구멍만큼 어렵다는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만 쌓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씀씀이를 줄여보려 하지만 방법도 없다. 저축은 고사하고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이다. 월급봉투에서 뭉텅이로 떼어가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는 생살이 뜯기는 고통이다. 과연 수령시기가 되면 타게나 될지 알 수 없는 연금은 월급에서 5%나 떼간다. 건강보험료도 월급봉투를 받을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적자투성이인 지역의보와 재정이 튼튼했던 직장의보를 합친 후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직장인들의 고혈을 짜더니 올해 건강보험재정이 1조5,600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런데도 내년에 또 2.38%를 올린다고 한다. 건보료는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3년새 무려 22%나 올랐다. 물가나 임금인상률보다 가파르다. 기업경영자는 경영에 실패하면 해고되거나 부도라는 파탄을 맞는다. 그런데도 정책실패의 책임을 지는 공무원들은 거의 없다. 정부만 떼가는 게 아니다.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전기ㆍ대중교통ㆍ도시가스ㆍ쓰레기봉투ㆍ상하수도ㆍ우편 등의 요금을 연말연시를 전후해 또 올린다고 한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서민들의 생활과 연관된 것들도 덩달아 오를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다 허리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새해 우리 경제의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민간연구소는 물론 한국은행ㆍ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기관들도 내년도 우리 경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유사 이래 가장 어려웠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도 극복했던 우리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흩어진 마음을 다시 한데 모으고 희망을 키워보자.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오늘의 힘겨움은 그렇게 고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어려움이 내일의 기쁨이 되는 새해가 돼야 한다. 광복 60주년을 맞는 새해 우리 사회는 반목과 갈등을 접고 화해의 시대로, 경제는 희망의 빛을 만들어가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jj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2-09 17:18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