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갑(甲)은 자신 소유의 임야를 팔기 위해 공인중개사 을(乙)에게 중개를 의뢰했고 을은 임야매매계약을 무난하게 성사시켰다. 갑은 을에게 애초에 수수료로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갑은 약정한 중개수수료를 반드시 지급해야 할까. 만약 을이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고 중개사사무소 개설등록도 하지 않은 채 부동산중개를 직업으로 하는 자라면 갑은 을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을까.
A. 갑은 공인중개사자격을 지닌 을에게 법정수수료만 지급하면 된다. 이를 초과하는 약정수수료는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을이 공인중개사자격이 없는 자일 경우에는 약정한 수수료 전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이번 사안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법상 계약의 효력에 관한 문제다. 법령은 그 효력에 따라 강행법규과 임의법규로 나뉜다. 전자는 사회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사적자치가 허용되지 않는 내용을 규정하는 법규이고, 후자는 사회질서와 무관해 사적자치가 허용되는 내용을 규정하는 법규를 말한다.
민법상 강행규정에 위반하는 내용의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그런데 행정법규 가운데 국가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 내지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단속규정을 정하고 있는 게 많다. 이들도 개인의 의사에 의해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강행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문제는 개인이 단속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금지 내지 제한을 위반해 다른 개인과 거래를 하였을 경우에 그 효력 여하이다. 여기서 단속법규를 효력규정과 단속규정으로 나누는데, 전자는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의 사법상의 효과가 부정되는 것이고, 후자는 규정 위반에 대해 벌칙의 적용이 있을 뿐이고 행위 자체의 사법상의 효과에는 영향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 위에서 말한 법규 중 어떤 법규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부동산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은 결정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관련 법률이 강행법규에 해당하고 법정수수료를 초과하는 부동산중개수수료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보고 있다. 법을 위반해 얻은 이득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하는 것은 투기ㆍ탈법적 거래를 조장해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부동산 거래가격이 높고 부동산중개업소의 활용도 또한 높은 실정에 비춰 부동산중개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요청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지급약정도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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