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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잇단 벌금 폭탄에 부글부글

JP모건 이어 BoA도 거액 물어낼 판<br>"정부가 은연중 형사처벌 협박" 불만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의 불공정행위 등에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 폭탄'을 잇따라 때리자 월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당한 규제를 넘어 "벌금액에 합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협박해 자산을 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60억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HFA는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감독하는 기관으로 이들 회사에 부실 모기지 상품을 판매한 책임을 물어 2011년 9월 JP모건 등 17개 대형은행을 제소했다.

앞서 JP모건은 부실 모기지 판매와 관련해 FHFA 배상액 40억달러를 포함해 소비자 보상금 40억달러, 벌금 50억달러 등 총 130억달러를 지불하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한 바 있다. 단일기관의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해 JP모건 순이익의 65%에 달한다.

FT는 BoA의 배상액이 JP모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의 MBS 판매액은 총 570억달러로 JP모건의 330억달러보다 훨씬 더 많다. 또 300억달러어치를 판매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비롯해 크레디트스위스와 골드만삭스 등 다른 대형은행들도 줄줄이 벌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다른 투자은행들도 JP모건 사례를 본보기로 해 최종 합의금을 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미 정부는 이번 부실 모기지 상품은 물론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실판매,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ㆍ원자재 가격 조작, 중국 태자당 자제들의 특혜채용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벌금액수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벌금이 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에 이르자 월가는 "정부가 은연중에 형사기소로 협박해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갈취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파생상품 거래과정에서 거액의 손실을 낸 '런던 고래' 사건의 벌금 10억2,000만달러 등 각종 법률비용으로 올 들어서만도 총 230억달러를 지불했다.

최근 대형 헤지펀드인 SAC캐피털 역시 최근 설립자인 스티븐 코언이 형사처벌을 피하는 대신 내부자거래 혐의 사건 해결을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ㆍ검찰 등과 총 2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래퍼티캐피털의 딕 보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JP모건 자산을 주주의 동의도 없이 몰수하고 있다"며 "이는 자본주의의 근간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헤지펀드인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도그 카스 매니저도 "정부가 JP모건을 캔디를 넣은 항아리로 보고 야금야금 돈을 빼가고 있다"면서 월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월가는 JP모건의 MBS 판매액 중 80%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 요청에 밀려 JP모건이 인수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 시절에 발생했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RBC캐피털마켓의 제러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정부의 전화를 받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월가 외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월가의 탐욕스러운 행태가 바뀌지 않자 정부가 본때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신뢰도 하락, 금융산업 타격 등을 우려해 대형은행 CEO들을 '너무 커서 감옥에 보내지 않고 있다(too big to jail)'는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또 일각에서는 사상유례 없는 벌금이 정부와 대형기관 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FT는 "정부로서는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형사재판의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반면 금융기관도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기관 등 민간투자가들에 벌금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물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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