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산업의 호조와 수지 흑자전환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첫째, 문화의 힘이 산업에 연결될 때 효과를 보여준 사례로 꼽힐 만하다. 한국의 TV드라마나 음악이 각광받는 한류열풍이 없었다면 무역수지 흑자달성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한류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화장품 수출이 연평균 25%씩 늘어났다는 점은 한류문화의 기여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둘째로 만성적인 적자품목도 끈질기게 노력하면 흑자상품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 국산화장품이 본격 등장한 1960년대 중반 이후 반세기가 넘는 땀과 노력ㆍ투자가 첫 흑자라는 값진 결실을 이뤄냈다.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전환이 반가운 세번째 이유는 희망과 관련이 있다. 주지하듯이 화장품은 박근혜 정부가 꼽은 미래 성장품목의 하나다. 새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 멀리 떨어진 목표가 아니라 이른 시일 안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화장품 수출이 말해주는 듯싶다.
그러나 만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약 2,4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화장품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위권 밖이다. 이제 비로소 경쟁의 스타트라인에 선 셈이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류 콘텐츠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문화산업을 진작하고 외국인관광객 유치 노력을 지속하며 고품질화로 중국과 일본ㆍ동남아시아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거대시장인 미국과 유럽으로 넓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