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의 백2가 멋진 행마가 되고 있다. 오래 전에 잽으로 한 방 활용해둔 기착점과 절묘하게 손을 잡고 있다.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그냥 뻗는 것은 책략 부족이다. 흑2면 백3으로 또 뻗어야 하는데 그때 흑이 4 이하 8로 정비하면 백의 불만이 분명하다. 흑7까지는 검토진들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중앙쪽 흑 4점이 움직일 수 없는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이 상당히 만회를 했어요."(유창혁) 그런데 이때 강동윤의 실수가 나왔다. 백8로 단수친 이 수가 문제였다. "악수가 분명한데요."(유창혁) 유창혁은 세계선수권 제패의 경력을 지닌 교수가 아닌가. 그의 해설은 정평이 높다. 언제나 정확한 해설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좋은 해설자를 딱 한 사람만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언제든지 유창혁을 꼽을 것이다. 과연 이세돌은 강동윤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흑9가 정확한 응징이었다. 내친걸음이므로 백은 백8로 따내고 또 백10으로 따냈지만 흑에게 별로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이세돌의 흑13, 15는 백에게 상당한 아픔을 주고 있다. 백8로는 참고도2의 백1로 점잖게 지켰어야 했다. 흑2면 백3으로 군말없이 받아두어서 백이 나쁘지 않았다. 강동윤은 이 수를 흑에게 역으로 당하는 것이 싫어서 실전보의 백8로 단수친 것이지만 그게 안일했다. 이곳은 흑에게 당해 주더라도 장차 백A, 흑B, 백C로 살아오는 뒷맛도 있고 해서 조금도 억울해할 것이 없는 자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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