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는 쇠약해진 한국 M&A시장을 한층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국내 3위의 케이블TV 업체(MSO) 씨앤앰 매각 건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당초 CJ(CJ헬로비전)와 태광(티브로드)·SK(SK브로드밴드) 등의 혈투가 점쳐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242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씨앤앰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인 KT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총수 부재 상황에 처한 입장에서 타 기업의 M&A 자체가 워낙 민감한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총수가 아닌 다른 이의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서슬 퍼런 사정 정국 아닌가. 섣부른 M&A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요즘 상황이 말해주고 있다.
이래저래 한국이 M&A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M&A 거래금액이 전년에 비해 72.8% 늘었고 중국의 1~9월 M&A 또한 전년 대비 88.2%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데 반해 우리나라의 M&A 건수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인 82건에 머물렀다.
문제는 M&A가 미래 한국 경제를 지탱해줄 유력한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M&A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당면한 생산·판매 실적 저하라는 난제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다. 이제는 우리도 M&A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M&A 거래를 가로막는 경영 밖의 외풍을 막는 일이 시급하지만 M&A 거래를 촉진시킬 투자은행(IB)을 육성하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외친 것이 2004년이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달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70%를 넘는 것이 이번 서울경제신문 설문을 통해 드러났다. 더 늦기 전에 M&A 활성화와 IB 육성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