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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순환출자금지 더 이상 거론 말아야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대안으로 순환출자금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까지는 이 방안에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토론자로 나선 공정위의 한 당국자가 “순환출자금지는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 자율규제 정신과 맞지 않고, 순환출자를 막으면 기업집단이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 현실적으로 재계가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조차 순환출자금지안이 현실에 맞지 않고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 공정위가 입장을 바꿔 다시 추진하겠다니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 당국자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고 당시에도 순환출자금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고 설명한다. 공정위의 설명대로 순환출자금지가 출총제를 대신할 방안 가운데 하나일 수 있고, 아직 확정된 방안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라는 재계의 우려처럼 개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순환출자금지안은 아직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엄청난 지분을 사들이든가, 아니면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조원에 이르는 지분을 되사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조차 순환출자금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은 올해 말 출총제를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일정에 따라 폐지해야 하고 순환출자금지 같은 대체안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게 옳다.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굳이 개선하겠다면 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사후적 규제로 가는 게 옳을 것이다. 대안으로는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나 금융감독위원회의 사후감시를 들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절실한 것은 투자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이다. 재계는 기업들의 신규투자를 제한하는 출총제만 폐지되더라도 2년 내 14조원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업투자를 옥죄는 방안을 만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꼬이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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