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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17일] '이자놀이' 하는 초대형 은행?

"은행들은 참 편하겠어요. 호황기에는 고객들 찾아 다니며 대출하라고 유혹하다가 경기 나빠지면 재무건전성 핑계를 대고 발 빼면 되고 말입니다. 요즘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자금 유치는 뒷전이고요." 국내의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이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던진 이야기다. 건설사의 자금난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은행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의 말대로 요즘 은행권의 행태를 보노라면 '국가 경제의 대동맥'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떠나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역할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재 은행권은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자 예금 유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반면 기존의 저금리로 받은 대출 금리에는 높은 가산금리를 붙여 손쉬운 '이자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그나마 가계나 중소기업 대출은 외면하기 일쑤고 채권ㆍ통안증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은행들은 과거에도 단기 성과에 매몰돼 '쏠림 현상'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주택담보대출에 과도하게 치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들이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약탈적(predatory) 대출'로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키는 바람에 지금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 파산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민간기업인 은행권에 수익성을 따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또 대한민국 엘리트들인 은행원의 가슴속에도 저마다 글로벌 일류 은행의 꿈이 살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누구를 위한 은행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은행들이 일반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성장에 책임 있는 공적기관이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 요즘 금융당국과 은행권 내에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구상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궁극적인 방향이 어디로 결정될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 됐든 고객 지향, 소비자 후생이라는 큰 목표를 잃고 '이자 놀이'나 한다면 제 아무리 초대형 은행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국도, 은행도 이 같은 대원칙을 잊지 않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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