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와 몸짱열풍, 건강중독증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에서 강조하는 몸의 소중함과는 사뭇 다른 의미다. 공자가 효(孝)를 강조하기 위해 거론했던 몸은 오히려 정신성에 더욱 가까웠다. 이 책은 국문학자인 저자의 논문 '신소설에 나타난 육체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를 바탕으로 1900년대 개화기 무렵부터 시작된 몸에 대한 강박을 이야기 한다. 근대화와 함께 몸에 대한 담론과 관련지식, 의학ㆍ기술이 발달하면서 몸에 대한 사유가 달라지고 동시에 몸은 조작과 통제가 가능한 대상이 됐다. 순응적인 육체가 아닌 내 의지를 따르는 몸의 지배는 '해방'으로 보이게 됐고 몸은 활용(?)에 따라 자본과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사회에서는 20세기 초 부검이 도입되면서 "몸을 째고 그 안을 들여다 보는 일이 '죄악'이 아니라는 사고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몸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의학과 위생학이 발달로 이어졌고 인식까지 바꿨다. 단발이나 재혼의 수용과 조혼의 거부 등이 그 결과다. 당시 '혈의 누' '국의 향' 등 신소설에는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현대와 같은 몸이 탄생한 것이 결국 근대의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