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포병대기지 사격장에서 끝난 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딱 10발로 끝나는 숨막히는 승부에서 진종오(33ㆍKT)는 첫발부터 다섯발째까지 모두 10점 이상(만점은 10.9)을 쐈다. 덕분에 2위와의 격차는 4.4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6~9번째 격발에서 각각 9.3, 9.0, 9.4, 9.7점으로 흔들리면서 턱밑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때 2위와의 격차는 불과 1.3점. 경쟁자들 중 누군가가 마지막 열번째 격발에서 10.9점을 쏜다는 가정하에 진종오는 반드시 9.7점 이상을 쏴야만 했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라면 극도의 압박감에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진종오는 달랐다. 2004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일곱발째에서 6.9점을 쏘는 실수를 저질러 은메달, 2008베이징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도 고비를 넘지 못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어느새 베테랑이 된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한 격발 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흘렀다. 만점에 0.1점 모자란 10.8점. 금메달이었다. 이로써 진종오는 한국 사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딴 선수로 기록됐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50m 권총에서 나온 것이었다.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와 모두 메달을 딴 두번째 한국 선수(레슬링 박장순)로도 이름을 올렸다.
진종오는 "너무 힘들게 경기를 풀었는데 1등을 하는 순간 해소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마지막 발을 쏘기 전 아테네와 베이징대회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그 때문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2016년 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진종오는 오는 8월5일 열리는 50m 권총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50m 권총경기는 지금까지 치른 경기 중 가장 부담 없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만하지 않고 정성껏 경기하겠다"고 한층 가벼워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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