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12월16일, 뉴욕 제너럴일릭트릭(GE)연구소. 밀폐된 컨테이너가 미세한 검은 돌조각 몇 개를 토해냈다. 흑연을 10만기압과 섭씨 5,000도의 고온으로 38시간 동안 달군 결과다. 실험 결과물의 크기라야 불과 0.1캐럿에도 못 미쳤지만 연구진은 환호성을 질렀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급 보석감정사들도 천연 다이아몬드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실험 합성물은 다이아몬드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비결은 압축. 천연품이 지하 수백㎞의 자연환경에서 생성돼 지각활동을 통해 지표면으로 올라오기까지 걸리는 수백만년의 시간을 압축하기 위해 초고온ㆍ초기압의 환경을 동원했다. 과학이라는 축지법으로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 나온 것은 18세기 후반. 숱한 과학자들이 뛰어들었으나 모두 허사였다. 1906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프랑스인 앙리 무아상이 1901년 합성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교가 실험에 지친 스승을 위로하기 위해 천연품을 섞은 것으로 훗날 드러났다. 연구를 가장 두려워한 곳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사. 합성 성공 두 달 뒤 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때 드비어스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충격은 거기에서 그쳤다. 드비어스 등 기존 메이저의 교묘한 방해와 생산단가가 채굴에 버금갈 만큼 높다는 점에서 합성품은 보석용으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업용의 수요는 확대일로다. 우리나라도 일진다이아몬드가 1988년 생산에 성공한 이래 특허소송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공업 용도의 합성 다이아몬드는 절삭용을 넘어 초고성능 반도체 제조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판 연금술의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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