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공장 매물의 낙찰가가 1조1,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불황 탓에 경영사정이 악화된 기업이 많아지면서 공장 매물이 잇따라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경매 컨설팅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입찰에 부쳐진 2,791건의 공장 매물의 총 낙찰가는 1조1,304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감정가 역시 1조6,931억원으로 2001년 하반기(1조7,320억원)에 이어 반기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경매 건수와 낙찰 건수가 최고치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감정가와 낙찰가가 치솟은 이유를 두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 부담에 허덕이거나 쓰러진 기업들의 대형 공장이 잇따라 경매시장에 나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 산업에 비해 심각한 침체 국면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와 건설사가 소유한 물건들이 주요 매물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역대 최고 수준의 감정가(2,278억원)를 기록한 성동산업의 경남 창원 마산조선소는 오는 11일 경매에 부쳐진다. 마산조선소는 건물 면적이 2만8,994㎡, 토지 면적이 12만726㎡에 달하는 초대형 물건이다. 성동산업은 2007년 마산만 매립 면허를 취득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져 지난해 11월 면허를 취소 당해 영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업체인 세광중공업이 소유한 감정가 252억원 규모의 울산 공장은 올해 2월 경매에서 절반 가격인 133억원에 매각됐다.
D건설의 경우 충남 천안 소재 619억원 규모 공장을 한 차례 경매 입찰을 진행했다가 최근 취하했다. 인테리어 업체 희훈디앤지 소유의 인천 서구 마전동 소재 감정가 201억원 상당의 공장은 이달 10일 경매 입찰에 부쳐진다. 이 밖에도 과거 코스닥 상장사 네오세미테크가 소유한 인천 남동구의 345억원 규모 공장도 경매시장에 나왔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조선소 등 대형 공장들까지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불황이 지속되면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공장들이 늘어나 기업 영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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