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개입을 시사하면서 1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글로벌 신용위기가 계속되는 한 강세가 유지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엔화 환율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달러당 1.26엔(1.1%)이 하락한 109.42엔을 기록, 지난 2006월 5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 아래로 떨어졌다. 엔화가 빠르게 절상되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1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엔 절상속도가 과하다. 투기적인 움직임은 감시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엔화 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13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0.5%에서 동결하고 내년 초까지도 동결상황을 유지하기로 시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면서 금리인상이 제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10.03엔을 기록했다. 엔화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급등세의 물결을 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본에서 저리로 엔화를 대출,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 엔캐리 물량이 일본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전날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이 “장기적으로 볼 때 엔화 강세는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110엔선마저 붕괴됐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발 금융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 정부나 일본 모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후쿠다 총리도 단기적인 엔화급등이 문제라고 했을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엔화 가치 상승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치주니은행의 스즈키 요시후니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손실 상각이 늘어나는 등 금융불안이 지속될 경우 엔화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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