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무는 기원전 6세기 춘추시대 오나라의 장수다. 그가 남긴 '손자병법'은 지금도 동서고금의 경계를 넘어 널리 인용되며 읽히고 있다. 손자병법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자유무역협정(FTA)시대 원년'이라고 부르는 올해, 대한민국에서 그의 가르침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한미 FTA 추가협상을 보는 시각에 대해 제1편 시계(始計)를 대입해봤다. 손자는 기만술을 설명하며 "적이 이익을 탐하면 작은 이익으로 유인하라(利而誘之)"고 했다. 자동차 분야 추가협상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난무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는 불리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성과 노조의 입장을 고려해 이 문제를 끝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미 FTA 전체가 가져다줄 이익을 고려하면 자동차 분야의 합의내용은 미국에 작은 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FTA 활용 측면에서 기업들은 제3편 모공(謀功)을 되새겨야 한다. 손자는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위태롭지 않고(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률은 반반이며(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과 나를 모두 모르면 매번 패한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고 말했다. 우리는 칠레를 시작으로 이미 16개국과 FTA를 발효했고 이제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를 눈앞에 두고 있다. FTA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 어떠한 내용으로 FTA를 맺고 있는지(知皮) 뿐만 아니라 수출하는 품목의 관세철폐 일정과 원산지기준도 알아야 한다(知己). 끝으로 FTA를 추진하고 비준할 때 우리 정부와 국회가 제2편 작전(作戰)을 참고해주기를 바란다. 손자는 "승리하는 데 오래 걸리면 군대가 둔해지고 날카로움이 꺾인다(勝久則鈍兵挫銳)"며 "싸움을 오래 끌면 나라에 이로운 바가 없다(夫兵久而國利者)"고 했다. 결국 협상이나 비준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FTA의 효용은 떨어지고 국력은 소모된다. FTA는 체결상대와의 싸움인 동시에 제3국과의 싸움이다. 우리는 미국∙EU 시장에서 경쟁국인 중국∙일본과 싸워야 한다. 따라서 FTA 체결은 고지를 선점해 경쟁국보다 유리한 국면으로 전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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