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세빛둥둥섬이 투자비를 2배 이상 뻥튀기해 민간업자의 배만 불린 총체적 부실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빛둥둥섬을 만들기 위한 서울시ㆍ민간사업자 사업 협약은 민간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짜여 시 재정부담을 늘릴 뿐만 아니라 시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아 절차상 문제도 심각했다. 서울시는 적합하게 계약을 고치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공무원을 문책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말부터 5개월간 세빛둥둥섬 특별감사를 한 결과 서울시-플로섬(세빛둥둥섬 사업자) 사업협약이 지방자치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을 어겼고 사업비 계산도 잘못돼 사업 협약 무효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고 12일 발표했다.
문화공간 마련을 위해 반포대교 남단 한강에 인공섬으로 조성된 세빛둥둥섬은 2008년 첫 사업협약 때만 하더라도 투자비 662억원, 무상사용기간 20년이었다. 그러나 2009년 5월 1차 변경 협약과 지난해 12월 2차 협약을 거치며 투자비는 1,390억원으로 뛰어오르고 무상사용기간도 30년으로 확대됐다. 당시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세빛둥둥섬의 정책 전환을 검토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2차 협약 소식을 듣고 사업비 확대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서울시는 감사를 통해 세빛둥둥섬 사업 변경 협약들이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잡아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중요 재산을 취득할 때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고 서울시 조례에도 민자사업 타당성 보고서에 시의회가 동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세빛둥둥섬 사업 과정에는 이 절차가 모두 무시됐다. 또 공유재산법 시설 관련 규정 '선기부채납 후무상사용' '무상사용기간 20년 이하' 조건도 어긴 만큼 협약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사업협약 내용 곳곳도 문제투성이였다. 사업자는 연간 1억원 이하인 하천준설비를 매년 10억원이 드는 것처럼 부풀려 30년간 318억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반면 세빛둥둥섬 운영에 따른 보상으로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은 인근 주차장 운영 수입은 협약 과정에서 빠뜨렸다.
서울시 감사관은 또 사업자 잘못으로 계약을 깨도 시가 해지시지급금을 물어주는 조항, 설계변경이나 현저한 물가변동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총사업비를 바꿀 수 없지만 두 차례에 걸쳐 협약에서 사업비를 올려준 점도 지적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은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인 만큼 신속히 공사를 마치기 위해 토목ㆍ건축 등 기술적 분야에만 치중하고 추진 상황 보고서 작성에만 골몰해 규정이나 절차는 제대로 검토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협약 조항에 대해 삭제ㆍ수정을 추진하고 운영 개시일(지난해 10월)이 한참 지났는데도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데 따른 지체상금 92억원도 사업자에 부과할 방침이다. 업무 관련 공무원 15명도 엄정 문책한다. 단 협약 변경과 별개로 세빛둥둥섬은 사업자의 의지에 따라 정상 운영된다.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절차상 가장 큰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행정감사라 자료에서만 문제를 찾아 징계처리했지만 앞으로 법정 다툼 등 진행 과정에서 (로비나 고위층의 지시 등)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사 요청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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