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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드필더 중견기업을 키우자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은 매우 인상 깊었다. 전문가들은 축구대표팀 선전의 원인을 탄탄한 미드필더 라인에서 찾는다. 현대 축구는 미드필더에서 시작되는 강한 압박과 화려한 패싱을 통한 볼 점유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산업생태계에서 미드필더 자리에는 중견기업이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 중견기업은 1,300여개로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의 12%, 수출의 13%, 고용의 8% 이상을 차지하는 등 경제 성장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 13% 담당… 정부도 육성책 시동

탄탄한 산업구조를 가진 경제 강국들은 일찍부터 중견기업 육성에 힘을 쏟았다. 독일은 글로벌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지원 대책을 가동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소ㆍ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인력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PKZ 프로그램이다. 1979~1987년까지 9년간 약 32억마르크를 투입해 2만여 기업을 지원, 총 3만8,000명 이상의 연구개발인력이 증가했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중견기업 2,000개를 새로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경제 현대화법'을 도입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해왔다. 2009년에는 연간 4억3,000만유로를 중견기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지원대상에는 이미 성장동력을 확보한 혁신기업뿐만 아니라 아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전통산업도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도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0년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중견기업의 법적 개념을 도입했고 올해 5월에는 지식경제부에 중견기업국을 설치했다. 이달 9일에는 제13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오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을 3,000개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종합 대책인 '중견기업 3000 플러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기업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해 각 분야별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가업 승계 상속세 공제대상을 매출 1,500억원 이하 기업에서 2,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 장수 전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중견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세액 공제 구간을 신설하고 지식경제부 소관 연구개발 예산 중 중견기업 투자 비중을 높인 것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가업 승계 상속세 공제를 받으려면 상속 후 10년간 승계 시점 고용 수준의 120%를 유지해야 한다는 '고용 유지 의무조항'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실질적인 기업 지원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0%는 독일ㆍ일본 등 주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경쟁력 강화 지원방안 제도화해야

기업의 신성장동력 발굴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의 40%는 주력 사업의 성장 여력이 없으며 이 중 49%는 주력 사업을 대체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만큼 지속적이고 세심한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대책이 충실히 이행되려면 현행 법령과 정책, 지원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중견기업 개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산업발전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령에는 중견기업 개념이 없다. 축구대표팀의 올림픽 동메달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현대 축구에 적합한 체질로 개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견기업도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바탕이 될 때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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