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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대담 = 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br>"환율하락, 꼭 두려워 할 이유없다"<br>적절한 원화가치 상승은 물가·내수 회복에 도움<br>한계 중소기업 구조조정 은행 주도가 바람직<br>추가 금리인상, 올릴 상황인지 따져보면 답나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외환보유고가 쌓인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4개월간의 인선과정을 거친 후 지난해 11월 취임한 현정택(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 원장은 “환율을 지키면 수출은 늘어난다지만 내수에는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의 원화 절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율 하락(원화 절상)을 반드시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적절한 원화 가치 상승은 내수ㆍ물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 현 원장은 이어 “중소기업에서는 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 자영업에서는 한계사업자의 자동 퇴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KDI에서도 중소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다음달 중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환율에 대해 먼저 여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부가 긴급대책회의를 열 만큼 연초부터 원ㆍ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신문을 보니 헤지펀드들이 원화를 공격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인데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 달러에 치중된 외화자산관리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외신에 주목해야 합니다. 저도 지난해 국제회의에서 중국 인민은행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상당히 리버럴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지난해 초 BOK(한은) 쇼크 당시와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면 큰일난다며 서로 입조심을 당부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대세라는 측면에서 원ㆍ달러 환율 변동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도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 한계에 몰리는 기업들도 많을 텐데요.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너무 떨어지면 부담이 된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나쁜 측면이 있으면 좋은 면도 있게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가장 컸던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바로 지난 98년, IMF 직후였습니다. 그때 사정을 보십시오. 공장들은 줄줄이 도산해서 문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도로는 텅 비어 있는데 그렇게 많은 흑자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환율이 폭등했던) 그 당시 수출이 20%, 30%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내수는 줄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흐름을 보면 환율을 묶어두는 바람에 내수에 상당한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다만 (지나친) 변동성은 어느 정도 줄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아무래도 줄어들겠지요. ▦이 문제를 따질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수가 중국식으로 9~10% 성장할 때는 몰라도 2003년, 2004년처럼 소비가 줄어들 때는 문제가 다릅니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400%라고 (큰일난 것처럼) 지적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104%에 불과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고 투자부진의 결과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외환보유고도 마찬가지로 유사한 문제입니다. (경상수지 감소폭이 커진다고 해서) 그렇게 심각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금리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얼마 전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KDI 보고서도 있었는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금통위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어느 외국 전문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금리는 어느 상황에서 올리느냐,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를 때와 원화 값이 떨어질 때, 그리고 은행에서 예금인출이 아주 심하게 전개되고 있을 때 올린다. 지금의 금리인상은 이 세 가지 원칙에서 반대로 하고 있다. 지금 왜 하는지 모르겠다.” 대충 그런 논리였지요. 물론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제조업 물량을 대량 공급해주는 중국이라는 중요한 요인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 요인 때문에 유가가 그렇게 올라도 전세계 물가는 안정돼 있습니다. 그런 효과가 당장 없어지리라 보기는 어렵겠지요. 그렇다면 궁극적인 걱정이 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 몇 년째 호황이라서 걱정인 그런 나라들이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기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형편이 다르다는 이야기지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말이군요. ▦세계적으로 리스크 요인, 위험요인을 짚어보는 게 필요합니다. 세계 무역에서 동아시아 국가들, 일본ㆍ중국ㆍ한국이 계속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 적자를 보면서 이들 동아시아 국가가 그 빚을 메워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이고, 신기한 흐름입니다. 과연 이 불균형을 얼마만큼 지탱할 수 있을까. 환율도 그런 문제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중국이 1조달러에 가까운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에) 안 대준다’고 하면 펑크가 납니다. 문제는 중국이 여태껏 잘 발전했지만 사회주의 국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큰 국영기업은 전부 적자입니다. 2006년, 2007년까지는 그런대로 굴러가겠지만 시한폭탄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시장을 계속 넓혀가야 합니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보면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부진한 설비투자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해묵은 규제나 대기업들의 과잉설비로 인한 추가 투자여력 부족, 부진한 중소기업 경기 등으로 투자가 생각만큼 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에는 4%대 초반이었지만 올해는 7% 내외로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민간소비와 서비스 부문의 지속적인 회복에 따라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관점을 달리해 이런 점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공장ㆍ기계장치 등 유형적인 설비투자를 중요시했지만 지금은 특허ㆍ디자인ㆍ연구개발투자 등 무형고정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91년 전체 고정자산 투자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은 1.5%에 불과했지만 2002년께부터는 5.0~5.7%까지 오른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설비투자가 떨어진 것은 공장설비를 늘리는 대신 브랜드ㆍ디자인 등에 투자를 더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중소기업 분야는 어떻습니까.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의 상당 부분이 구조조정과 퇴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주최는 은행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있으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채무기업보다 채권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일반적입니다. 지금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인데 아마 1월은 어렵고 2월께 중소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제언을 내놓을 것 같습니다. 벤처기업 등의 M&A 활성화 방안입니다. 그동안 요구됐던 비상장기업 주식인수에 대한 과세기간 유예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또 신용보증기관들이 중소기업을 평가할 때 워크아웃 실적을 평가항목에 담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즉 사전적으로 부실징후가 인지됐는데도 워크아웃을 실시하지 않아 대위변제가 발생한 기업이 많으면 임직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지요. 아울러 사업구조조정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도 필요합니다. -지난해에도 잠시 논란이 됐었지만 최근 KDI의 정책 제언 기능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KDI의 주요 고객은 행정부 등 정책결정기관인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경제ㆍ사회 문제를 총망라해 보는 종합연구기관인 만큼 이 같은 정부기능의 한계를 보정해야 할 기능이 있습니다. KDI는 앞으로 더 많은 자료를 공표하는 한편 대외적인 발표활동도 늘리려고 합니다. 또 민감하지만 반드시 지적돼야 할 주제들도 다룰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이달 25일께 예정된 ‘외국자본과 한국경제’란 주제의 세미나는 외국기업에 대한 고질적인 반발정서를 다룰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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