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미인도 등 개봉과 동시에 뮤지컬 추진<br>갈곳 잃은 영화자본 몰리며 '원소스 멀티유즈' 활기<br>작품질 보장되지 않을땐 되레 더 큰 손해 우려도
|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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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진짜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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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영화사들이 '과속스캔들', '미인도' 등 신작 영화의 개봉과 동시에 뮤지컬 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바야흐로 영화의 원소스 멀티유즈가 제작단계부터 시도된다는 의미다. 잘 알려진 원작을 잘 나가는 공연 장르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짚어 보았다.
◇세계 공연계, 무비컬에 빠지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란 뜻의 신조어 '무비컬'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 만큼 세계 공연 시장에 무비컬 열풍이 거세다. 미국에선 2000년대 들어 무비컬이 토니상을 휩쓸 정도로 인기가 높다. '헤어스프레이'(2003), '몬티 파이손의 스팸어랏'(2005) 등 토니상 수상작들은 물론 '금발이 너무해', '슈렉', '컬러 퍼플' 등 인기 공연 상당수가 무비컬이다. 영국 역시 '메리 포핀스', '빌리 엘리어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올리버' 등 무비컬이 끊임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창작 무비컬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새로 선보인 무비컬만 어림 잡아 10여 편. 이 가운데 '진짜 진짜 좋아해', '내 마음의 풍금', '미녀는 괴로워'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신행진 와이키키', '싱글즈', '라디오스타' 같은 공연들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이미 레퍼토리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국내에선 '주유소 습격사건', '마이스케어리걸(달콤살벌한연인)' 등이 새로 뮤지컬로 올라간다.
◇무비컬 전성시대를 여는 영화자본= 1990년대 중반 영화제작사 디즈니는 공연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시어트리컬 컴퍼니를 설립하고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등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두 작품은 영화가 벌어들인 티켓판매수익의 무려 3배에 가까운 수익을 가져다 줬다. 디즈니의 성공 이후 영화제작사 MGM, 워너브라더스 등이 2002년 이후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고 이들은 자사가 저작권을 가진 영화를 뮤지컬로 속속 만들었다.
국내 무비컬의 팽창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근 수년 동안 국내 영화의 부진이 지속되자 갈 곳 잃은 영화 자본들이 뮤지컬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영화사 싸이더스FNH가 저작권을 가진 뮤지컬 '싱글즈'는 싸이더스FNH의 협력업체인 공연제작사 악어컴퍼니가 제작했고,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저작권을 가진 영화사 KM컬쳐가 공동 제작했다. 최근 제작되는 무비컬은 이런 방식으로 저작권을 가진 영화사가 예외 없이 참여하고 있다.
◇흥행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존재= 제작사들이 무비컬에 대해 믿는 헛된 생각 중 하나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질이 보장되지 못하면 다른 공연보다 더 큰 손해를 남길 수 있는 게 무비컬이다. '캣츠'의 연출가 트레버 넌이 연출을 맡아 지난해 영국에서 선보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흥행에 참패하고 고작 두 달 만에 막을 내린 게 단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뮤지컬 '댄서의 순정', '파이란', '색즉시공' 등이 연달아 적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원작의 유명세만 믿고 어설프게 만들면 여지 없이 실패한다"며 "왜 이 공연을 뮤지컬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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