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종반전으로 향하고 있다. 올림픽은 고된 훈련과 치열한 경쟁 그리고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 등 극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 스포츠 영웅의 실화를 다룬 영화도 많다.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가 지난 1981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국 영화 ‘불의 전차’다. 반젤리스의 음악이 멋있는 이 영화는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두 육상선수의 실화로 승리의 뜻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이밖에 1980년 레익 플래시드의 동계올림픽에서 강호 소련과 싸워 우승한 미 아이스하키팀의 드라마 ‘기적’과 생전 눈이라곤 본적이 없는 자메이카 봅슬레이드팀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출전담을 그린 코미디 ‘쿨 러닝스’ 등도 좋은 영화들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최고 걸작은 1930년 베를린 올림픽을 찍은 흑백 기록영화 ‘올림피아(Olympiaㆍ사진)’일 듯 싶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배우 출신 미녀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물 흐르듯 하는 카메라 동작으로 인간의 육체와 영육을 모두 불사르는 경쟁 그리고 선수들과 그들의 환희와 좌절을 담은 불후의 걸작이다. 이 영화는 히틀러와 그의 선전상 요젭 괴벨스가 막 득세한 나치스를 세계에 선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인들에게는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일본인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모습이 상세히 기록됐기 때문이다. 머리를 짧게 깎은 약간 깡마르나 강인한 얼굴과 몸을 지닌 손기정이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뛰는 모습을 보노라면 비감해진다. 장내 아나운서의 “일본의 손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방송과 이어 카메라가 일본 국가 연주 속에 게양되는 일장기와 월계관을 쓴 어두운 표정의 손기정의 얼굴을 교차 묘사하면서 이 비감은 ‘통증’같이 우리에게 전달된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ㆍ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