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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가의 제1의무
입력2004-06-24 16:48:30
수정
2004.06.24 16:48:30
김희중 국제부장 jjkim@sed.co.kr
[데스크 칼럼] 국가의 제1의무
김희중 국제부장 jjkim@sed.co.kr
김희중 국제부장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심한 푸대접을 받았다. 공항에 도착한 그를 맞이한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니었고 회담장소에도 김 위원장이 늦게 도착해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푸대접을 묵묵히 감수하며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던 8명의 자국민을 본국으로 데려갔다.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서 자신의 수모는 그리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의 생명ㆍ재산 지켜야
미국과 영국 등은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간다.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끝을 볼 때까지 찾아가는 게 미국 등 선진국들의 국민보호정책이다. 한국전쟁에서 죽은 자국 병사들의 시신을 반세기가 지난 후에도 끝내 찾아갔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조국의 부름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목숨을 국가의 운명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북한에 남아 있던 국군포로는 물론 재외동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른 척 외면하는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국가란 바로 이런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첫번째 의무다. 이는 우리 헌법에도 명문화돼 있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 때 항상 이를 선언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헌법의 이 같은 정신을 지키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다짐으로만 그쳤다. 해방 후 제주 4ㆍ3사건, 한국전쟁 때의 양민학살,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헌법정신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대한 국민의 충성을 기대할 수 없다. 국가에 기대할 것이 없는 백성은 국가를 믿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이번 김선일씨 피살사건에서도 보았듯이 가나무역 사장은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려다 결국 뒤늦게 정부에 신고했다. 변호사가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어찌된 나라의 백성이 타국에서 목숨이 오가는 일이 터졌는데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지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뒤늦게 왈가왈부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김씨 피살사건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지난해 11월 오무전기 직원 2명이 무장세력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고 4월에는 봉사단체의 회원 등 2명이, 이어 목사 7명이 잇따라 피랍됐었다. 미국은 물론 파병국에 대한 테러집단들의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할 때부터 정부는 국민보호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정부는 결국 김씨가 피살되고 나서야 다시는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김씨 아버지는 빈소를 찾은 행정자치부 장관을 외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사건발생 이후 정부대응을 보면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지구촌 어디에 가 있더라도 국가가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지켜주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외교력ㆍ정보망 보강 시급
정부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자국민 보호의 외양간을 손질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제시하고 국민들도 그런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월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이라크에 억류됐다 풀려난 NGO 회원들에게 구출작전에 들어간 경비를 청구한 일본정부의 조치는 신선하다. 경제발전과 함께 외국진출이 늘고 있는 중국이 외교부 내의 여러 조직을 통합해 대테러안전국을 설치한 것도 본받을 만하다. 아울러 날로 약화되는 듯한 외교력을 보강하고 국가정보원 등 해외정보망도 강화해야 한다. 살고 싶은 나라는 백성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나라다. 제발 이번에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쳤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4-06-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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