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ㆍKKR 등 유명 사모펀드가 해운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단기간 내 수익을 좇는 사모펀드가 해운업 투자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해운업이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해운업 전문 컨설팅 업체 마린머니의 통계를 인용해 사모펀드의 올해 해운업에 대한 투자액이 27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08년 이후 투자총액인 110억달러의 4분의1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역대 최고치였던 2011년의 34억달러에 근접함에 따라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사상 최고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칼라일그룹ㆍKKRㆍ오크트리 등 사모펀드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해운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며 "이미 건조된 선박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신규 선박 주문 용도로 특정목적회사(SPV)를 설립해 자금을 대는 식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크트리는 지난해 해상 건설 지원 선박을 운용하는 플로텔의 지분 상당량을 인수했고 유조선 운영 업체 제너럴 마리타임에 투자했다. 칼라일은 올 여름 벌크선 10척을 주문한 인터링크마리타임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KKR는 8월 5억8,0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컨소시엄을 주도했다.
이처럼 사모펀드의 투자가 늘어난 것은 신규 및 중고 선박의 자산가치 상승을 비롯해 전반적인 해운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 선박 컨설팅 업체인 클락슨스의 스테판 고든 리서치 대표는 "해운업은 지난 5년간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으며 자산가치가 역사적으로도 매우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짐 로런스 마린머니 대표는 "해운업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며 "해운업도 마침내 바닥을 쳤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증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노르웨이의 선박금융 회사 마리타임앤머천트의 할보르 스빈 대표는 "구조적 과잉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과잉투자가 10여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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