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두 개의 '메이드 인 차이나' 열기에 빠졌다. 먼저 휴대폰. 대중적 인기가 높은 영부인 펑리위안이 유럽 순방 중 자국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에 중국인들은 자부심을 느끼는 모양이다. 누리꾼들은 펑 여사의 스마트폰에 '궈무서우지(國母手機·국모 휴대폰')란 이름까지 붙였다. 미국의 역사소설가 에릭 돌린이 지은 '미국이 중국을 처음 만났을 때'의 번역본도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18세기 말 미국에 몰아친 중국 열풍. 미국 독립 직후인 1785년 뉴욕에 도착한 범선(Empress of China호)이 쏟아낸 중국 물건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미국 상류사회에서 명품으로 대접받았다. 얼마 안 지나 중국산에 대한 인식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자기와 비단을 제외한 상품의 질이 조악했던 탓이다. 오늘날까지 안 좋은 인식이 내려오는 마당이니 '명품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망도 이해가 간다.
△원산지 표시의 원조는 1887년 독일. 영국이 쏟아져 들어오는 독일의 저가 상품을 구별하라는 상표법을 제정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메이드 인 저머니' 꼬리를 달았다. 영국이 2류 상품의 낙인으로 여겼던 '독일산' 표시는 곧 품질의 보증수표로 바뀌었다. 독일인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미국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간 원산지를 둘러싼 대립과 역전은 2차대전 후 미국과 일본에서도 재연돼 '메이드 인 재팬' 역시 신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과연 독일이나 일본처럼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까.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몇 발짝 앞섰을 뿐인 한국은 격차 유지에 사활이 걸렸다. 세계도 중국의 변신 성공 여부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질 좋고 값싼 공산품을 뿌려대며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이 거꾸로 물가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권홍우 선임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