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 구조조정의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습니다. 이젠 누가 살아남는가의 문제입니다."
김민수(사진) 한화솔라원 대표는 상하이차오리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그동안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지지부진했던 태양광업체들의 구조조정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중국 정부가 태양광산업의 통폐합 방침을 발표한 만큼 기술력과 시장 장악력을 가진 대형 업체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며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예전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전체 태양광업체의 20%에 불과한 109개 업체에만 수주사업 참여 기회를 주고 수출지원을 하겠다며 업체들을 긴장시킨 와중에 109개 업체에 포함됐던 상하이차오리가 파산한 것은 10위권 밖의 업체에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중국 내수 신성장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던 중국 태양광산업의 몰락을 김 대표는 치킨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목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태양광에 과도한 투자를 했고 이러한 투자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시장이 악화됐다"며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에 수요가 급감하며 공급 과잉이 정부에 부담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결국 태양광산업이 시장예측에 실패한 중국 정부의 신성장산업이 된 셈이다.
개별업체들의 과도한 욕심도 채권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품질 및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영업활동이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도 외형 확대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 기반을 만들지 못한 업체들은 경기둔화와 정부지원 제한이라는 외부요인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태양광산업의 구조조정은 한화솔라원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우선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군소업체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면 수급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중국·미국·일본 시장이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한화솔라원을 포함한 메이저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며 시장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라원은 2010년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태양광산업에 뛰어들었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독일의 큐셀을 인수, 연간 2.4GW의 생산능력으로 세계 3위의 태양광회사로 발돋움했다. 한화솔라원은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에서 최근 마련한 1조원의 유동성을 중국 공장의 설비자동화와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중국 내에서 확실한 메이저 태양광업체로서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설비자동화와 유휴공간을 활용한 증설로 연간 셀 생산 규모를 기존 1.3GW에서 1.5GW로, 모듈도 1.5GW에서 2.0GW 이상으로 증설을 예상한다"며 "올해 셀·모듈 출하량이 전년 대비 25%가량 증가한 1.6GW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한화큐셀이 지난해 9월 흑자전환한 데 이어 적자를 이어가던 한화솔라원도 올해는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한화솔라원의 1·4분기 영업이익을 12억원가량으로 예상한다. 김 대표는 "폴리실리콘과 패널·모듈에 이르는 태양광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며 "일본과 중국 시장의 수요 회복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중국의 구조조정과 함께 태양광산업은 턴어라운드할 것이고 한화솔라원은 글로벌 메이저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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