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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韓·日 정상외교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일관계뿐 아니라 일본의 대(對)아시아 외교 자체가 위기에 빠져 있다. 문제의 발단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후 매년 신사 참배를 강행해오고 있다. 한국ㆍ중국ㆍ대만 등 주변국이 비난하면 “다시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참배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주변국은 이를 궤변으로 여긴다. 야스쿠니 신사는 지난 1869년 창건돼 1871년의 대만 출병 때부터 해외파병 전사자 합사를 시작했다. 1895년 청일전쟁 전사자 1,500명의 제전에 일본왕 메이지가 참배함으로써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 제사의 중심시설로 자리잡는다. 일왕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들을 국가의 ‘수호신’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유족의 불만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나아가 전사자에게 최고의 영예를 부여해 그들을 따라 ‘천황과 조국을 위해 죽기’를 원하는 병사들을 끌어내는 ‘선전술’이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런 의미에서 전몰자 추도시설이 아니라 그들의 훈공을 찬미하는 상징이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의미는 과거의 반성이나 전쟁 재발 방지 등과 거리가 멀다는 주변국의 질타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오히려 자국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맹목적 애국주의ㆍ군국주의의 부활을 기원하는 의식이라는 것이다. 야스쿠니에 합사된 전사자들의 전쟁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 얼마만큼의 죽음을 초래했던가를 기억한다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입장은 변할 기미가 없다.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19일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은 교환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고자세이며 잘못한 게 무엇이냐는 투다. 일본 외상의 발언에는 맞는 부분이 있다. 정상외교 같은 고도의 정치활동과 양국관계의 기초 가운데 기초인 과거사 인식 문제는 결코 등가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한 한일 관계의 미래는 없다. 우리 정부도 신사 참배 중단을 ‘선택 가능한 외교활동’의 조건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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