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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졸 남자행원 채용이 주시되는 까닭

IBK기업은행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고졸 남자행원 30여명을 뽑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선발하는 특성화고 출신 신입 행원 100여명 중 30%를 남자로 채우겠다고 한다. 이들은 일단 창구 텔러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나서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사실상 고용을 보장받게 된다.

지난해 고졸채용 바람을 일으킨 기업은행이 고졸 남자행원 공채까지 나선 것은 여자행원만 뽑아온 역차별을 해소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채용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기업들도 올해 사무직과 기술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졸사원 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어서 고졸자 취업문호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각 분야에서 고졸자 채용이 확산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학력주의를 타파하고 능력 중심의 사회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80%수준에 이를 정도로 고학력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런 심각한 학력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좋은 직장을 얻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도한 대입경쟁이 저절로 낮아지고 그에 따라 사교육비 부담을 비롯한 여러 사회ㆍ경제적 문제들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학력파괴 풍조가 제대로 정착되자면 고졸자들이 직장 내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능력에 맞게 승진하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대졸과 대등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고졸이라는 이유 하나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단순업무에 배치되고 푸대접을 받는 지금 같은 현실에서 고졸채용 확대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다.



기업들은 단지 고졸직원 채용에 머무르지 말고 그들이 직장에서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임금과 직무배치ㆍ재교육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인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선현장에서 학력과 상관없이 실력에 맞게 대우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르는 고졸자들이 속속 탄생하면서 우리 사회가 균형을 이뤄가게 된다.

고졸자 채용 확대가 일시적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참으로 능력이 대접 받는 선진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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