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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 공평빌딩 6층에서 진행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 측 캠프 해단식은 차라리 '출정식'에 가까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의 지지 발언은 '최소'에 그쳤고 '정치인 안철수'의 다짐을 밝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안 전 후보는 노타이에 푸른색 셔츠로 편한 양복 차림을 한 채 예정된 시각인 오후3시보다 10여분 늦게 해단식 장소에 나타났다. 지난 열흘간의 잠행 동안 고심이 깊었음을 보여주듯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대선 출마 선언부터 사퇴까지 66일간의 안 전 후보 활동을 담은 영상물 상영과 자원봉사자 발언에 이어 해단식 단상에 오른 안 전 후보는 캠프 관계자 및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에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문 후보 지지 표명 여부에 대해서는 "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했던 제 뜻을 받아달라"는 말이 다였다.
반면 이 발언 직후 안 전 후보는 "더 이상 대선 후보가 아니지만 국민적 우려를 담아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순간 분위기는 180도 돌변했다.
안 전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ㆍ이전투구ㆍ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며 "대립적인 정치와 일방적인 국정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정국에서의 여야 행태를 싸잡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어떠한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 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바라는 새 정치를 위해 '제3의 길'을 가겠다는 또 다른 의미의 출정 선언으로 읽혔다.
이 같은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엇갈린다. 안 전 후보 측 인사는 "원래 말을 아껴 하는 분인 만큼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한) 한마디에 농축돼 있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문 후보 지원 여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할 수 없는 법적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이 당초 바랐던 지지 수위와 거리가 있었다는 점은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날 해단식은 박선숙ㆍ송호창ㆍ김성식 전 공동선거대책본부장과 장하성 전 국민정책본부장 등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여분간 진행됐다. 해단식 이후 안 전 후보는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한 뒤 5층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에 들러 그동안 캠프를 출입했던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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