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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와 펀드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올 상반기 거래된 빌딩 대부분의 매입주체가 리츠와 펀드였던 반면 과거 큰손 역할을 했던 기업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전체 대형 빌딩의 절반 이상을 사들였지만 올 들어서는 기업들의 빌딩 매입이 드물었다"며 "최근 펀드와 리츠가 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지만 우량매물이 많지 않은데다 수익성 악화로 예년보다 거래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매계약이 체결된 서울시내 연면적 5,000평(1만6,500㎡) 이상 오피스빌딩 13곳 중 9곳을 리츠와 펀드가 매입했다. 전체 거래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기업이 직접 대형 빌딩을 매입한 사례는 한 건에 불과했다.
◇펀드·리츠 상반기 거래의 70% 차지=지난해의 경우 42개 빌딩 매매거래 중 삼성·한화생명 등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익용·사옥용 오피스 매입이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펀드·리츠 등 간접투자를 통한 매입은 전체 거래의 40%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리츠와 펀드가 기업의 자리를 대신하는 분위기다. 동아건설이 보유한 용산더프라임(3만9,010㎡)은 코크랩더프라임위탁관리리츠가 1,250억원에 매입했고 잠실의 SC은행 잠실전산센터 빌딩은 현대사모부동산투자신탁이 2,008억원에 사들였다.
준공 전 오피스빌딩을 매입하는 선매입도 적지 않았다. 장교4지구와 동자8지구에 들어서는 대형 빌딩이 각각 미래에셋맵스와 KB부동산신탁에 선매각됐다.
외국계 자본의 매입 사례도 두 건 있었다. 지난 4월 아제르바이잔 석유기금이 중구 파인애비뉴 A동을 매입한 데 이어 6월에는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와 아시아 투자회사 림어드바이저스가 종로구 중학동 더케이트윈빌딩의 새 주인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업들은 빌딩 매입보다는 물건 공급자 역할로 돌아섰다"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몸집 불리기보다는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실 증가, 세금 환수 등 시장상황 악화=하지만 리츠와 펀드 중심의 오피스 거래시장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시장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부담은 늘고 있는 빈 사무실이다. 세빌스 코리아에 따르면 2·4분기 서울시내 프라임 빌딩 공실률은 13.6%로 전 분기보다 2.6%포인트 오르는 등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 들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본격화하면서 공실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강남 글라스타워에 입주해 있던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이 각각 진주와 울산으로 이전했으며 주택금융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전력도 올해 말께 지방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펀드와 리츠에 감면해줬던 취득세를 환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악재다. 그나마 기업 수요의 빈자리를 대체했던 리츠와 펀드의 운신 폭이 그만큼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리츠와 펀드 등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가 50% 감면됐다. 세 혜택이 줄면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김우희 저스트알 대표는 "정부의 취득·등록세 환수와 공실 증가 등 현재 오피스 시장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며 "투자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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