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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급변하는 소비 패턴] 립스틱 효과 뚜렷… 대여업 호황… 세계 소비재시장 'L의 특수'

싼 운동화·색조 화장품 판매 크게 늘고<br>차·가구·고급 드레스 등 빌려쓰기 확산<br>기업 '박리다매' 전략 선진국에 잇단 도입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신음하는 가운데 선진국 소비재 시장에서 저가의 대체상품 매출이 급증하는 'L(Low growthㆍ저성장)의 특수'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불황기 여성들이 립스틱처럼 값은 싸도 만족도가 높은 제품 구입을 늘린다는 일명 '립스틱 효과'로 저가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는가 하면 대여 시장이 팽창하고 소량ㆍ저가제품 판매가 확대되는 등 글로벌 소비 패턴이 크게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형 소비 증대에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돌입한 유럽에서는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 하는 호화 스포츠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반면 조깅과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러닝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각국 긴축정책의 여파로 경기가 악화하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값싼 러닝화를 신고 거리로, 산으로 쏟아져나오는 탓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혹독한 긴축 바람이 불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조깅이나 등산을 하는 스페인 국민은 전체의 12%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7%로 불어났다. 이탈리아는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 같은 기간 수치가 5%에서 4배 이상 증가한 21.3%로 급증했다.

달라진 유럽인들의 소비 패턴 덕분에 스포츠용품 업체는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아디다스와 아식스의 조깅용품 분야 매출은 2010년에 비해 19%나 뛰어 10억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나 늘어났다. 아디다스의 유럽연합(EU) 종합주가는 1년 전의 주당 43달러에서 최근에는 61달러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식스의 유럽 마케팅 이사 마이클 프라이스는 "아무리 불황이라도 운동하고 싶은 사람의 요구는 막을 수 없다"면서 "고가의 장비를 요하는 호화 스포츠 대신 한 켤레의 운동화와 달릴 트랙만 있으면 되는 러닝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ㆍ4분기 아식스 유럽법인 매출은 혹독한 경기불황 와중에도 6% 증가했다.

전통적 의미의 '립스틱 효과'도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컴퍼니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색조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6% 성장해 시장규모가 처음으로 20억유로를 돌파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가시화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는 매니큐어 판매가 70%나 급증하는 등 손톱관리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68%나 급등했다. 화장 팔레트와 립스틱ㆍ파우더 등 색조화장품의 매출도 최대 50%까지 상승했다. 지갑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예전처럼 돈을 쓰지 못하게 된 여성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멋을 내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색조화장품 구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값비싼 자동차나 가구, 고급 드레스 등의 경우 대여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 당시 연봉이 대폭 깎인 젊은 층이 목돈 지출을 꺼리는 대신 대여 업체로 눈을 돌리면서 대여 시장 활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가구 대여 업체인 미국 콜트의 코엡셀 부회장은 "가구 대출이 생소한 산업임에도 지난해 대여 고객이 1만5,000명에 달했고 올해는 2만5,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브란치플라워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졸업과 동시에 2만달러에 달하는 빚을 지는 미국 젊은이들이 결국 대여 업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렌터카 시장에서는 장기 대여 대신 시간제 렌트가 늘고 있다. 경영건설팅 전문업체 아이비스월드는 현재 렌터카 산업의 6%를 차지하는 시간제 렌트가 향후 5년간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확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소형 슈퍼마켓에서 대형 할인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비자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 월마트의 주가는 1년 전만 해도 40달러선에서 움직였지만 현재는 73달러까지 상승했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빈곤층이 많은 신흥국 시장의 경영전략을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하루 4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에서 맞춤형 저가 제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유니레버는 1유로 미만의 초저가 제품을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목돈 지출을 꺼리는 유럽 시장에서 아시아 신흥국에서 통했던 '박리다매'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 인도네시아에서 10센트짜리 저가 과자를 출시한 네슬레는 이 제품 판매를 다른 신흥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무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풀릴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립스틱형 소비층 공략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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