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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억대 내기 골프

김진영 <문화레저부 차장>

내기 골프 때문에 다시 시끄럽다. 지난 2월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져 논란이 됐던 억대 내기 골프가 지난달 14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핸디캡보다 낮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돈을 차지하는 방식이었고 판돈이 억대에 달했으며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그러나 골프를 보는 시각에 따라 판결이 갈렸다. 먼저 내려진 무죄 판결은 골프가 실력으로 기량을 겨루는 운동이라는 점에 초점을 둔 것이고 뒤따라온 유죄 판결의 배경에는 골프가 그날의 컨디션을 비롯한 기타 운에 크게 좌우된다는 생각이 있다. 결국 실력으로 돈을 따면 무죄, 운으로 따면 유죄라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실력과 운이 무 자르듯 딱 잘라질 수 있는 것일까. 특히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골프에서 운과 실력이 따로 작용하는 것일까. 비슷한 지점에 볼이 떨어졌는데 하나는 안쪽으로 튀어 그린에 올라가고 또 다른 하나는 튀어나온 돌에 맞아 OB선 밖으로 나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 골프다. 이 경우 결과가 달라진 것이 순전히 운 때문일까. 거기 그곳, 튀어나온 볼을 피해 안쪽으로 바운드돼 들어올 수 있는 정확한 지점에 볼을 떨군 것은 정교한 샷 실력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컨디션만 해도 그렇다. 라운드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긴장을 풀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금방 빠져나온 골퍼를 이길 수 있는 실력 중 하나인 것이다. 이 글은 내기 골프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대다수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거액의 내기는 분명 벌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골프에서 운과 실력이 단칼에 갈릴 수 없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다. 또 정성껏 라운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골퍼들 입장에서 ‘골프는 운에 좌우된다’는 평가가 달갑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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