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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환율전쟁… 무장 강화해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돈풀기 경쟁에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환율하락)해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에 돌입하면서 예상된 일이지만 미국이 추가 조치까지 단행함에 따라 환율전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FRB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내년부터 매달 4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지금도 매달 400억달러어치를 매입해왔으니 달러 방출규모는 월 85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무기한ㆍ무제한 경기방어 조치다. FRB가 달러를 찍어내 미국경기를 진작시키면 우리 경제에도 도움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원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다. 더구나 일본과 유럽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려 심각성을 더한다. 일본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조폐 윤전기를 돌리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원고 속도는 경쟁국 통화와 비교하더라도 너무 가파르다. 중국 위안과 대만달러는 9월 양적완화 3라운드 돌입 이후 각각 1.7%와 2.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원화는 4.9%나 급등했다. 반대로 미국처럼 돈풀기 정책을 가동한 일본 엔화는 5% 떨어졌다. 원화와 엔화의 움직임이 정반대이다 보니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같은 기간 무려 11.7% 수직 상승했다. 동북아 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발 통화전쟁의 최대 희생양이 된 셈이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돈을 까먹는 꼴이다. 원가를 아무리 낮춰도 배겨낼 재간이 없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방향을 감안하면 약 달러와 엔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기업들은 원고시대에 대비한 체질개선 노력을 서둘러야겠지만 외환당국도 좀 더 적극적인 노력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두개입의 약발이 떨어진 지 오래다. 원화가치 속도제어는 물론이고 해외발 유동성이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이른바 외환규제 3종세트(거시건전성 강화장치)의 수위를 좀 더 높여야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용인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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