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브라질 이구아수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원톱 공격수가 부족하다면 이제 플랜 B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의 대표팀 배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주영은 1월 이적시장 마감이 임박한 가운데 아스널에서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풀럼전에서도 교체명단에만 들었다. 이렇다 할 이적 루머도 없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거취에 대해 "1월 안에 해결이 되면 좋겠다. 월드컵 출전을 위해 이번 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기는 선수들이 많다"며 "박주영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없는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감독 부임 후 한 차례도 박주영을 뽑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박주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태도를 달리했고 이날 '플랜 B' 발언으로 '박주영 없는 월드컵'에 무게를 실었다.
◇홍명보의 플랜 B, 제로톱이냐 투톱이냐=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은 잘 알려져있듯 공격수다. 원톱을 선호하는 홍 감독은 그동안 여러 명을 시험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박주영에게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스위스와의 평가전 활약을 계기로 김신욱(울산)이 조명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신욱을 원톱으로 세우거나 그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전술이 가능해졌다.
홍 감독의 플랜 B로는 제로톱과 투톱 전술이 꼽힌다. 미드필더 구자철(마인츠)을 최전방으로 올리고 2선에서의 활발한 공격 작업을 유도하는 제로톱은 실제로 홍 감독이 연습과 평가전 때 몇 차례 가동했던 전술이다. 투톱을 택할 경우 김신욱의 짝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거나 미드필더 중에서 옥석을 가리면 된다. 손흥민(레버쿠젠)의 원톱 기용도 가능한 옵션이다. 여기에 박지성(에인트호번)이 복귀하면 대표팀은 한 차원 더 입체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월드컵 8강 희망, 독일서 자라고 있다=잉글랜드 선덜랜드에서 자리를 못 잡던 공격수 지동원은 17일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의 6개월 임대 사실이 알려졌고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입지가 좁았던 미드필더 구자철도 18일 독일 마인츠와 4년 계약했다. 브라질월드컵까지 5개월도 남지 않아 실전 감각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월드컵 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구자철의 이적료(추정)는 500만유로(약 72억원)로 마인츠 구단 역대 최고 금액이다.
홍 감독은 지동원과 구자철의 이적 소식에 반색했다. 그는 지동원에 대해 "대표팀으로서도 좋은 일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지동원의 경기력이 올라온다면 대표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에 대해서도 "본인의 의지와 그를 영입하려는 클럽의 노력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지동원과 마찬가지로 잘된 이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인 분데스리거는 6명으로 늘었다. 지동원·홍정호가 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박주호는 마인츠, 손흥민·류승우는 레버쿠젠에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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