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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약 꿈꾸는 일본 기업, 외국인재 영입 러시

최대 제약사 다케다, CEO 프랑스인으로 교체

유니클로·히타치 등도 해외인력 수혈 열올려

배타적 조직문화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파란 눈'의 외국인 인재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의 크리스토프 베베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오는 6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프랑스인인 그는 233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의 첫 외국인 CEO가 된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출신인 그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몇년 전에 인수한 미국·스위스 제약사와 다케다제약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내고 동남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다케다제약은 지난해 최고회계책임자(CFO)와 인사책임자에 각각 프랑스인과 영국인을 임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다른 일본 기업들도 외국인 인재영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니클로 브랜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의 도쿄 본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은 현재 100여명으로 최근 1년 사이 5배나 늘어났다. 최근 미국 통신사를 인수한 소프트뱅크도 올해 총 54명의 해외 인력을 수혈할 계획이다. 히타치 역시 4명의 외국인 이사를 영입했다.

일본이 외인부대 수혈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시장 공략이다. 내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일본 기업들은 성장동력을 찾아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WSJ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을 떠났던 많은 외국인 임직원들이 돌아오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동안 이 같은 외부수혈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일본 기업문화에서 외국인 경영자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니 최초의 외국인 수장이었던 하워드 스트링어는 실적부진의 늪에서 회사를 구하지 못하자 "일본인 사장이 소니를 맡는 게 낫겠다"고 말하며 2012년에 물러났다. 올림푸스의 마이클 우드포드 CEO는 회사의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했다가 6개월 만에 쫓겨났으며 크레이그 네일러 일본판유리 CEO도 "이사회와의 근본적인 불화"를 이유로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CEO 같은 성공사례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데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면서 외국인 임직원들의 필요성이 커졌다. 우드포드 전 올림푸스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다케다제약의 외국인 임원 영입은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만약 이러한 움직임이 확대된다면 일본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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